유난히 힘들었던 지난 겨울.
추위보다는 우리의 사회에 대한 실망, 직장에 대한 회의감, 대다수의 시민이 탄핵을 외치며 촛불을 들때 직장 상사의 탄핵 반대 타령을 듣고 친박 집회 참가의 무용담을 들으며 쌓여가는 스트레스, 작지만 법을 집행하는 일을 하면서 되려 법의 위반을 강요받는 스트레스, 이 모든 스트레스에 난 2월에 무작정 친구와 통화하고 왕복 항공권을 예매하였다. 16년 2월 다녀온 북유럽 그곳은 내가 꿈꾸던 바로 그런 세상이었다.
3월 박그네의 탄핵이 확정된 후, 4월 중순 아주 후련하게 사표를 던지고, 5월 내가 바라던 대통령을 뽑고, 아주 즐겁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6월 그립던 그곳으로 갔다.
16년 2월 그때는 친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서 매우 편한 여행이었다.
모든 스케줄을 친구에게 일임해서 자유여행의 탈을 쓴 저렴한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었다.
이번에도 은근히 그런 여행을 꿈꿨지만 친구가 내게 말하길 "이번에는 알아서 다녀라. 잠은 재워는 주마."
그 말을 듣는 순간 설레임 보다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밥은 먹고 다닐수 있을라나 ㅜ.ㅜ
항공권은 이미 질러놨고 길잃고 헤메고 있으면 친구 녀석이 찾으러 오겠지라는 생각에 번역 앱과 트립어드바이저 앱 깔고 데이터 로밍 신청해서 무작정 갔다.(번역 앱 정말 요긴하다.)
11일후 혼자 다니는 여행에 맛들린 나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귀국하는 나를 발견한다. ㅋㅋㅋ
지난번에는 러시아 항공 모스크바 경유편이 저렴했는데 이번에는 일찍 예매해서 그런지 핀에어 직항이 더 저렴하여 직항으로 예매하였다. 비행시간 9시간 정도인데 1시간반 정도 딜레이 되어 출발하였고 도착할때 헬싱키는 비가 오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 집에서 맥주 마시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유럽은 맥주가 너무 맛있다.)
그런데 말로만 듣던 백야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데도 밤 11시가 우리나라 6월의 오후 6시 같다. 새벽에 일어나 하늘을 봤는데 그상태로 쭉가다가 날이 밝아진다. 잠자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것 같다 ㅋㅋ.
친구가 요리를 잘한다. 내가 온다고 돼지족을 사서 오향족발을 만들어 놨다. 맛있게 먹고 마시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내일은 날씨가 좋을것이라는 예보에 기분은 더욱 업되어 잠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