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는 비가 와도 오전에 오고 개거나 잠깐 소나기가 오는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은 하루 내내 비가온다. 친구 말에 의하면 6월에 온종일 비가 오는 경우가 흔치않다고 한다. 국내 여행의 경우는 비오는 날이 걸리면 여행을 망친 기분이 드는데 해외 여행은 이상하게 비오는 날도 그 나름대로의 운치를 즐기게 된다.(나만 그런가??)
6월 12일은 헬싱키의 날이다.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이날은 박물관이 무료인데가 많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이 월요일이다. 내가 가본곳이 북유럽의 나라뿐이니 다른 유럽의 나라는 잘모르지만 북유럽의 나라 대부분이 월요일 박물관이 쉰다.(ㅠㅠ, 박물관이 생각보다 비싸다.) 유일하게 여는곳이 야외 박물관이었다.(비가 온다는게 함정) 비도 오고 오늘은 두군데만 가보기로 한다.
숙소에서 아침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나왔는데 비가와서 그런지 왠지 센치해지면서 커피와 달달한게 땡긴다(아침부터 ㅋㅋ).
포르보를 다녀온날 깜피터미널에서 커피가 생각나서 이왕이면 유명한데 가서 마실까하고 카페 파체르를 찾았다. 한국에서 산 여행 책자의 지도를 보면서 위치를 찾는데 도무지 어딘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같은 곳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는것을 본 예쁜 핀란드 아가씨(피어싱이 매력적인)가 어디를 찾냐고 친절하게 말을 걸어왔다. 카페 파체르를 찾는다고 했더니 지도를 보여달라고 했는데 지도를 보고 웃는것이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거 같다. 이 지도로 어떻게 찾냐는 생각 ㅋㅋ. 지도를 돌려주더니 그냥 말로 설명해주었다. 듣고 대강은 파악이 되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겨우 겨우 찾아갔는데 찾고보니 며칠전 이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사진을 찍은 곳이었다. 어이가 없어 사진을 다시 봤더니 조형물 옆에 떡하니 찍혀있었는데 ㅜ.ㅜ
내가 이 카페를 찾은 이유는 핀란드의 유명한 초콜릿 회사가 운영하는 카페이고 본점인 이곳은 건물내의 바닥과 천장이 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12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카페이다. 커피만 시켜도 작은 초콜릿을 하나준다. 그날은 커피만 마셨지만 달달한 케익이 무척 맛나보였다.
이런 시시콜콜한 사연으로 커피와 달달한게 생각났으니 자연스럽게 파체르로 가게되었다. 다행히 아침 8시반 오픈인데 놀라운것은 월요일 9시도 안된 시간에 사람이 무척 많았다는것이다. 아침식사를 그곳에서 하는 사람이 많았다. 커피와 케익 한조각을 사서 막 비워진 창가 자리에 앉아서 여유로움을 즐겨본다.(사실 난 국내에서는 커피전문점을 내 자의로 가본적이 단 한번도 없다.)
아침의 여유를 즐기고 나와 2번 트램을 타고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로 간다.
작년에 이곳에 왔을때는 겨울이라 매번 클로즈 시간이 지나서 도착해서 내부를 보질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일부러 오전에 계획하고 가는것이다.
비오는 월요일이라 여유롭게 교회를 둘러볼수 있을것이라는 나의 착각은 교회 입구에 간 순간 무너져 버렸다. 엄청난 수의 중국인과 러시아 관광객들 그래도 교회인데 너무나 떠든다. 교회가 아니라 이건 시장바닥이다. 교회에 입장하여 몇팀이 빠져나가길 앉아서 기다렸다.
한손에 우산들고 한손에 폰들고 촬영하려니 ㅡ.ㅡ;
교회의 구조상 음향이 좋다고 해서 피아노 연주를 촬영했다.
영상을 올려놓고 보니 촬영금지 표시를 해놓은것을 그 당시에는 왜 못봤는지 모르겠다. ㅠㅠ
이 영상을 지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실례를 무릅쓰고 지우지 않기로 했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에서 알렉산테린 거리로 돌아가면서
비 오는 날은 왠지 국물있는 음식이 땡긴다. 오늘 점심은 일본식 라멘으로 결정하고 트립어드바이저앱을 열심히 뒤져 라멘집을 찾아 갔다.
미소 베이스 라멘이었는데 많이 짰다. 그리고 라멘에 스위트콘이 들어갈줄이야 ㅋㅋ . 그래도 나름 먹을만 했다.
세우라사리 야외 박물관은 우리나라의 민속촌 같은곳이다. 핀란드 각 지역의 오래된 전통 가옥들을 옮겨서 구성해놓은 박물관이다. 24번 종점에서 도보로 다리를 건너 들어가면된다. 여행책에서는 24번 버스를 중앙우체국 앞에서 타고 가면된다고 되어있어서 정류장을 찾아서 우체국 근처를 1시간이 넘게 돌아다니며 헤맸다. 결국에는 24번 버스를 발견하고 버스 뒤를 쫒아가서 정류장을 찾았는데 정류장을 찾는 순간 책 저자가 옆에 있으면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어디 이게 중앙우체국 앞인지 ㅡ.ㅡ;
비 오는 날은 헬싱키도 서울이나 다름없이 중심지에서는 교통체증이 심했다. 더군다나 이곳은 보행자 우선이 확실해서 주행신호가 짧고 보행신호가 길다. 그래서 더욱 밀린다. 나를 포함한 성질 급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곳에서 운전하기 쉽지 않을것 같다.
버스가 종점에 도착하여 버스를 하차하니 비가 더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고 오늘은 무료라니 대충이라도 둘러보고 가자는 욕심에 강행하였다. 역시 관람자는 거의 없었다. 특이한것은 헬싱키 시민들은 우산을 많이 안쓴다. 거리의 보행자 중 절반 정도가 우의를 입거나 방수되는 외투를 입고 모자를 쓰거나 그냥 비를 맞는다. 이곳은 대기오염이 거의 없어서 산성비에 대한 염려가 없는것 같다는게 나의 추론이다. 한손에 우산을 들고 안내책과 폰을 번갈아 가면서 들고 촬영하려는데 비는 더 오고 결국은 사진은 몇장 찍다가 포기하고 눈으로 보기만 했다. 핀란드의 옛 가옥은 거의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실내에 들어가면 나무 향기가 진하게 났다. 비가 와서 그 향기가 더 강한것 같았고 그 향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것 같았다. 몇 몇 가옥에는 가이드 들이 있었는데 궁금한게 있냐고 묻곤 했다. 그 때마다 영어를 잘못한다고 말하면서 고맙다고 대답했다 ㅜㅜ. 물론 나무 향기에 대한 칭찬은 꼭 했다. 그들도 그 칭찬이 맘에 들었는지 미소로 대답했다. 얼추 돌아보고 나오다가 비를 피하고 있던 작은새와 다람쥐인지 청솔모인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귀여운 친구들이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고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 녀석들을 기념 촬영(??) 하고 나오면서 오늘의 여행은 마무리 했다.
점심 식사 식당을 찾다가
버스 정류장을 찾다가 한컷
세우라사리 야외 박물관 입구의 다리